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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오브 멘 Children Of Men 속의 핑크플로이드 Pink Floyd.

2007/09/17

영화 칠드런 오브 멘. 국내 미개봉. 포스터에 반해서 보았는데 뜻하지 않게 대단한 걸작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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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면 당연히 취해야 할 고민들이 있다. 정치, 사회, 이념, 미래학, 인류학, 휴머니즘, 역사의 반복과 같은 소재들이다.

이 우울한 작품은 수많은 디스토피아 SF 작품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들에는 관심이 없다. 비평을 당하거나 말거나 일반적인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는 선상에서 심플한 구도를 취한다.

냉전도 끝나고 디스토피아도 지겹고 파시즘이나 빅브라더 통제적 사회상을 다루는 것도 흔해빠졌으며 포스트모던이고 나발이고 에라이 떡칠믹스인 21세기가 왔습니다. 감독은 플롯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하는 대신, 영상미, 카메라웍, 특수효과, 음악, 음향, 편집등 기술적 장치들을 이용하여 세기말/세기초에 나타났던 사회적 사건들의 모자이크를 품위있게, 한 편으로는 건조하게 버무려내는데 성공한 것 같다.

특기할 만한 부분이 많지만 핑크플로이드의 상징을 특별히 기록해보았다.

pic핑크플로이드의 돼지를 연상시키는 장면

요 사진을 보고 바로 알아본 사람들은 이미 핑크플로이드의 animal 앨범이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온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개, 돼지, 양은 자본주의 사회의 각 계층을 의미한다.

pic핑크플로이드 돼지는 원래 이렇다.

심지어 감독은 아예 대놓고 지껄이도록 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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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센과 치히로의 돼지도 같은 맥락으로 읽었다. pic

pic핑크플로이드의 양

영화의 후반부, 난민촌 교전지역 한복판을 지나가는 양떼 장면이다. 정치가와 이념가의 전쟁에서 결국 민중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pic 전장씬은 코소보, 보스니아 내전에서 따온 것 같다. 다인종 다문화가 짬뽕된, 피아가 따로없는 전장 속의 운동가들은 그들이 말하는 학살자와 다를 바가 없었다. 블록버스터식의 화려한 화염 폭발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건물들은 잿빛 먼지와 함께 붕괴되고, 폐허와 시체들이 널부러진다. 이어서 교전지역을 벗어나는 주인공 일행을 거친 롱테이크로 쫓아간다. 한 편의 FPS게임을 하는 듯한 카메라 웍은 종군기자의 동선을 쫓으면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롱테이크의 모티브가 레인보우 식스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몇 가지 더 기록해보면 이런 것들이 나온다.

pic핑크플로이드의 젖소

기왕에 핑크플로이드를 다뤘기 때문에 뜬금없이 나오는 젖소를 핑크플로이드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pic pic하프라이프 2?

하프라이프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은 장면이다. 콘티 자체가 비슷하다.

pic매드맥스등 포스트 아포칼립스 헬게이트에서 따온 것으로 유추되는 장면마저 등장한다.

pic pic pic히피 문화와 60년대 락음악이 빠질 수 없다.

핑크플로이드를 엮을 때 부터 예정된 수순이지만 이 영화는 음악 선곡 또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극중 등장하는 히피 할배는 롤링스톤과 딥퍼플을 듣는다. 막장 우울 디스토피아 노선의 선봉이자 현대적인 의미에서 묘한 교착점이 있는 라디오헤드도 나온다. 시대를 관조하는 듯한 킹크림슨 또한 흘러나온다.

영화의 스펙트럼이 장대하여 더 찾아내보고 싶은 상징, 메타포가 사방에 있다. 신기한 것은 각각의 소재들이 콩가루마냥 부서지지 않고 정성껏 코디네이트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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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게르니카 앞에서 우아하게 와인이니 꼬냑이니하는 것들을 마시다가는 펍에서 맥주를 빨고 있는 등, 이런 대조가 일상적으로 나오는데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감독은 복잡다난한 시대상을 한 조각 한 조각을 정교하게 제작, 집요한 계획하에 늘어놓은 후, 시대를 관조하는 느낌의 처연한 시선으로 그 광경을 내려다 본다.

"시대를 관조하는 느낌"은 영화 속에 삽입된 킹크림슨을 통해서 더욱 극대화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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